
🦔 뉴니커! 최근에 예금 보호 한도를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는 뉴스 보셨죠? (뉴닉 아티클 참고!)
너무 적다, 너무 많다 등등 설왕설래가 많은데,, 팜팜이는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뤄보려고 해요. 애초에 가계와 민간 기업인 은행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는데 왜 국가가 개입하는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적절하지 않나요? 그리고 국가의 보장이 필요한 게 맞는다면 1억 원이 아니라 아예 무제한으로 보호하면 안 될까요?
🤔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아?
여러분은 어느 은행이 주거래 은행인가요? 팜팜이는 우리은행이에요(광고 아님. 광고면 좋겠음). 누가 강제한 건 아니에요. 팜팜이가 자유롭게 선택했죠. 여기에 국가가 개입하고 예금을 보호한다는 것은 얼핏 들어서는 과도하다고 생각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은행의 '진짜' 성격을 알고 나면 이런 생각은 사라질 거예요!
🌍 돈은 내 것, 돈의 시스템은 우리 모두의 것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The trouble with finance is that it is both deeply personal and intensely social
금융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지극히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은행 하나가 망하면 해당 은행과 고객들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은행 여러 개가 망하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망할 거예요. 그러니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은 가로등, 깨끗한 공기처럼 사회 전체가 누리는 공공재인 것이죠.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국은행법 제1조 제1항에 적혀있어요.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
「한국은행법」 제1조 제1항
바로 물가안정이죠.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는 바로 금융안정이에요. 바로 다음인 제1조 제2항에 적혀있죠.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1조 제2항
굳이 경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는 물가안정 못지않게 금융안정도 중요하다는 사실! 금융안정을 지키기 위해 민간 기업인 동시에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은행과 은행의 계약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게 납득이 되죠?
🏦 꼭꼭 숨은 은행
앞에서 '가계와 민간 기업인 은행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는데'라고 했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은행의 모든 것을 꼼꼼히 따져보고 예금을 맡기지 않아요. 은행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는다면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시장 실패가 발생할 거예요.
극단적인 시장주의자들은 모든 일을 시장에 맡기면 '푸줏간 주인'과 같은 이기적 개인에 의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가로등을 만드는 일을 생각해 볼까요? 가로등은 굳이 내가 돈을 내고 짓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고(=비배제성), 내가 혜택을 누려도 다른 사람이 혜택을 누리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아요(=비경합성). 이 두 조건(비배제성, 비경합성)을 모두 만족하는 재화를 공공재라고 하는데 공공재의 경우 시장에만 맡기면 아무도 만들지 않기 때문에 결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어요. (물론 공공재 말고도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아요!)
경제학을 공부한 뉴니커들은 다음 두 가지 이론이 생각날 거예요. 첫 번째는 애로우와 드브루의 "일반균형 이론"이죠. 모든 시장 참여자가 합리적이고, 정보가 완전하고, 모든 위험을 계약으로 정할 수 있다면 자유 계약만으로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이론이에요. 두 번째는 코즈의 "코즈 정리"죠. 외부 효과가 있어도 거래 비용이 0이라면 당사자 간 자율적인 협상만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이론이에요.
문제가 뭔지 아시겠죠? 현실에서는 두 주체가 계약을 맺을 때 정보가 비대칭적이고, 협상력에 차이가 있고, 투입할 수 있는 돈과 시간에 차이가 있어요. 은행과 개인의 계약에도 비대칭이 크고 이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 실패가 발생해요. 비효율적이죠!
🏃 은행으로 달려가자, 뱅크런!!!!!!!!
근본적인 이유를 꼽자면, 은행은 구조적으로 불안한 상태라서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어요. 이건 은행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정말 은행의 구조상 태생적으로 지닌 불안정성이에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아요. 그런데 맡긴 돈을 은행이 얌전히 금고에 두고 있을 수만은 없죠. 그랬다가는 수익은 고사하고 예금 금리도 지불하지 못할 거예요. 따라서 은행은 주로 다른 곳에 대출을 해서 수익성을 도모해요. 그런데 보통은 만기가 긴 '장기 대출'을 취급해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들은 보통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나 만기가 길어야 3년인 '정기예금'으로 대부분의 돈을 은행에 보관하죠. 그런데 은행이 이렇게 모은 돈을 장기로 굴리기 때문에 갑자기 모든 고객들이 일시에 돈을 찾으러 오면 은행은 파산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빌린 돈과 빌려준 돈의 만기가 서로 다른 것을 어려운 말로 '만기 불일치'라고 해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30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이죠. 은행이 하나둘 파산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은행으로 달려들었고,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은행들도 위기에 직면했어요.
금융 시장에서 불안은 전염돼요.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면, 이에 대한 조치를 실시하고, 그 때문에 실제로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실현적 효과'를 가지고 있죠. 이를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일정 금액 이내의 돈은 설령 은행이 망하더라도 보전해 주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문제가 생겨도 "내 돈은 안전하겠군!"이라고 생각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않고 불안이 퍼지지 않아 실제로 금융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거예요.
다이아몬드와 디빅은 1983년 논문에서 은행의 비즈니스 구조가 뱅크런에 취약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예금자 보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을 보였어요. (이들은 2022년 뱅크런 모델로 202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
참고로 미국도 대공황이 지나고 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3년 FDIC(연방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해 예금 보장 제도를 도입했어요.
🪦 예금 보호는 조상님이 해주시나?
좋은 건 알겠어요. 그런데 보상에 필요한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조상님이 주실까요? 세금을 박박 긁어서 퍼주는 걸까요?
물론 아니죠. 답은 예금보험공사(KDIC)예요.
줄여서 예보라고 부를게요. 은행이 망할 위험에 대비해 일정 금액의 예금을 보장받는 것은 일반적인 보험과 원리가 동일해요. 이 보험의 가입자(=피보험자)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고(물론 결과적으로 은행 고객들이 부담하겠죠?), 보험자는 예금보험공사가 되는 거예요. 보험금을 받으려면 평소에 미리미리 보험료를 내야겠죠? 이것이 바로 '예금보험료'예요. 각 금융기관은 위험도에 따라 예금보험료가 다르게 적용돼요.
평상시에 금융기관들로부터 얻은 보험료를 모아서 문제가 터졌을 때 예보는 문제를 해결해요. 사태가 커져서 설령 기금이 고갈된다 하더라도 예보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정부,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어요. 기금이 고갈돼도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랑 비슷하네요! (고갈돼도 문제없이 지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의 전염을 막을 거예요. 설령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 적이 없었어도 말이죠!)
♾️ 그냥 다 보호하면 안 돼?
예금 보호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봤어요. 사회 전체의 금융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예금 보장, 그렇다면 그냥 한도를 없애고 무제한으로 보호하면 안 될까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예금 보호의 한도를 1천만 원 ~ 5천만 원으로 제각각 운영했다가 위기가 빵 터지고 나서 잠깐 동안 전액 보호(!)를 실시했어요. 이후 위기가 잠잠해지자 2001년에는 한도를 5천만 원으로 정했어요.)
안 돼요. 바로 도덕적 해이 때문이죠.
만약 어떤 금융기관이든 돈을 무제한으로 보장해 준다고 하면 고객들은 1금융권, 2금융권 등 각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금리가 높은 곳에 돈을 맡길 거예요. 한도가 있어야 고객들은 위험도가 높은 금융기관에 많은 돈을 예치하지 않아 자율적으로 사회 전체의 리스크 관리가 될 거예요. 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고객들이 맡긴 예금을 국가가 전액 보장해 준다? 아무렇게나 운영을 하겠죠. 팜팜이였다면 싹 들고 비트코인 100배 레버리지에 넣었을 거예요ㅋ
금융안정을 위해 예금 보장은 하되, 너무 많은 금액을 보장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울질을 한 결과 나온 금액이 그동안 5천만 원이었던 거예요.
🤨 왜 하필 1억일까?
25년간 5천만 원이었던 한도를 올해 9월부터 1억 원으로 올린다는데, 왜 하필 1억일까요? (참고로 우체국 예금은 전액 보장이라는 사실!)
📈 물가도 2배 정도
5천만 원의 한도는 2001년에 생겼죠. 이때 CPI는 60 정도였어요. 2025년 현재의 CPI는 116 정도예요. 그러니 물가가 대략 2배 정도 올랐죠? 이 수준에 맞춰 예금보장 한도를 2배 정도 올렸다고 볼 수 있어요.
😡 다른 나라 대비 너무 적다!
다른 나라의 예금보장 한도를 볼까요? 미국은 3.3억 원, 영국과 EU는 1.4억 원, 캐나다 1억 원, 일본은 9천만 원이에요. 다만 이를 절대적인 수치로 보는 건 옳지 않아요. 나라별 경제 규모를 고려해야죠.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 비율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아요.
그동안 1.2배에 불과했어요. 그러니 한도를 두 배로 올려 2.4배로 한다면 글로벌 평균과 비슷한 것이죠!
⚠️ 부작용은 없을까?
마지막으로 예금보장 한도를 올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아봐요.
📈 늘어나는 보험료
예보의 재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평소에 납부하는 보험료로 충당한다는 것을 앞에서 배웠죠. 이는 당근빠따 금융 소비자들이 간접적으로 부과하고 있어요. 그러니 아래 도식이 성립할 거예요.
예금보장 한도 상승 👉 금융기관이 부담할 보험료 상승 👉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
현재, 5천만 원 이하의 예금 고객은 숫자가 무려 98%라고 해요. 반면, 금액으로 따지면 35%에 불과하죠. 5천만 원 ~ 1억 원의 예금 고객은 숫자가 1%예요. 금액으로는 10%에 해당하죠. 한도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나면 혜택을 볼 이들은 전체 고객들 중 1%밖에 안 될 거예요. 그런데 보험료율은? 전체 고객들이 부담하게 되죠. 그러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요.
(다만, 한도가 1억 원으로 늘어났을 때 5천만 원 이하의 예금 고객 중 추가로 예금을 해서 5천만 원 ~ 1억 원의 예금을 보유하게 될 수 있어요. 그러니 혜택을 보는 인원은 1%가 아니라 훨씬 늘어날 수 있죠.)
➡️ 금리 높은 저축은행으로 쏠리지 않을까?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예금보험에 적용되는 보험료율가 높아요. 고객들의 인식도 일반 은행에 비해 낮기 때문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 금리도 높게 제공해요.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의 예금 현황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4천만 원 ~ 5천만 원 예금 비중이 48.3%로 아주 높은 것이죠! 은행은 2.86%에 불과한데 저축은행은 이 비중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은행 파산에 따른 리스크는 지기 싫은데, 높은 금리를 받고 싶은' 알뜰한 고객들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 이들은 예금보장 한도가 1억 원으로 늘어난다면 예금액을 기꺼이 1억 원에 근접하도록 늘리겠죠?
예측 결과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예금은 16~2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출처에 따라서 최대 40%까지 짐작하는 곳도 있어요.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이 100조 원 정도 되니 은행은 16조 원 ~ 40조 원의 이탈 자금을 다른 방법으로 조달해야겠죠?
뉴니커 여러분들은 1억 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시나요,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팜팜이의 글을 읽고 한 층 더 똑똑이가 된 뉴니커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바랄게요!
[팜팜이의 요점정리🥰]
- 금융 시스템은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설령 민간의 계약이라도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해서 온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요.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예금 보호 제도죠. (금융에서 발생하는 많은 일은 정보, 힘, 시간, 돈이 비대칭적이라는 사실~)
- 은행은 구조적으로 뱅크런(=모두가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인출하는 사태)의 위기에 취약한데, 이를 막기 위해 국가는 일정 한도 내의 예금에 대해서는 보장해요. 이 만일의 사태를 위해 예금 보호 제도를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는 평상시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걷죠. 전액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도덕적 해이 때문이에요.
- 그동안(2001년~2025년) 우리나라 물가가 2배 정도 올랐고,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가 글로벌 평균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도를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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