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https://kaist2015.tistory.com/121)에서 이어집니다,,
대출의 '상각'으로 인해 자본이 바닥난🤑 팜팜은행의 실상(?)에 대해 저번 글에서 알아봤어요.
그런데 자본이 0이라고 해도, 혹은 자본이 심지어 음수(!)라고 해도 기업이 바로 파산하거나 시가총액이 0원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팜팜이가 보유한 팜팜은행의 지분은 여전히 유의미한 것이죠.
게다가...!
팜팜이가 팜팜은행의 유일한 주주(주인)니까 회사에 있는 자산 95억 원을 주주인 본인에게 마음대로 할당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다음에 회사를 파산시켜 버려서 채권자들한테는 돈을 못 갚겠다고 하죠 뭐~😁
💡 2. 법인과 나는 다르다
저런,, 이 역시도 그리 설득력 있지는 않아요. 팜팜이가 유일한 주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유일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회사가 100% 나의 것이라고 해도 회사는 나와 다릅니다. 왜죠?
회사를 법에서는 법인(法人)이라고🏛️ 불러요. 한자어 풀이를 보면 '법이 정한 인격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회사는 사람과 다르지만 법에서는 사람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독립된 주체예요. 법인은 주주나 구성원 등등과 독립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을 맺기도 하고, 소유물을 가질 수도 있고, 여타 법적 책임도 질 수 있어요.
회사의 소유권은 팜팜이에게 있어요. 하지만 회사의 자산은 여전히 회사의 소유입니다. 설령 내가 회사의 유일한 소유자라고 해도 말이죠. 그렇다면 회사의 자산은 영영 내가 받지 못하냐...? 물론 아니겠죠. 주식을 하는 분들이라면 아주 친숙한 '배당'을 통해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주가 회사의 돈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배당을 해야 합니다. 공기업도 아닌 민간 기업이 자기네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준다는데 왜 국가가 개입을 할까요? 그 이유는 채권자들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주주들에게만 이익을 나눠주다가는 시장 질서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풍조가 만연하면 아무도 회사에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모든 회사가 피해를 보겠죠. 회사에 있는 자산은 모두 주주가 운영할 수 있지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회사의 자산을 간이고 쓸개고 몽땅 팔아서 주주에게 나눠주면 안 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나라에는 법정 적립금 제도라는 게 있어서 배당할 때 제약 조건이 있어요.
상법 제458조(이익준비금)에 의해 회사는 배당을 할 때마다 그 금액의 10%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해요. 이렇게 적립한 금액이 완전히 묶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주들에게 분배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채권자들을 안심시켜주죠.
상법 제462조(이익의 배당)에 따라 회사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배당할 수 있어요. 만약 이를 무시하면...? 동조 3항에 따라 채권자들은 배당한 이익을 회사에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어요.
회사는 맘대로 파산하지도 못해요. '파산 절차'에 따라야 하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자산은 우선적으로 채권자들에게 배분돼요. 그러고도 남는 금액은 주주들이 거머쥐게 되는데,, 애초에 파산을 하는 회사에 그만한 충분한 자산이 없겠죠? 파산을 하면 주주들은 웬만해서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해요.
다시,,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민간 기업인 회사가 파산한다는데 대체 왜 국가가 개입을 하지??🤔 이 역시 회사의 자산에 대한 우선순위를 법으로 강제하여 사회와 경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함이에요.
실망한 팜팜이는,,, 옛다~ 모르겠다~~~ 파산해 버려~~!!!!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배당이 안 되면 팜팜은행의 자산을 모조리 나에게 대출하고 파산하는 거야 음하하!! (팜팜은행은 팜팜이의 것이기 때문에 팜팜이가 맘대로 승인할 수 있어요 ㅎ) 이렇게 되면 팜팜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나머지 자산 95억 원은 팜팜이의 것이 되는 게 아닐까요?
💡 3. 팜팜이가 대출받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의 대주주나 임원은 대출받을 때 매우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요. 이러한 주요 결정권자들은 대출 심사에 영향을 미쳐 자기 입맛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주주나 채권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을 거예요. 은행의 채권자는 누구죠? 네. 바로 은행에 예금을 한 우리 같은 수많은 서민들이에요. 그러니까 국가 입장에서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죠.
은행법 제35조(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에 따르면 은행은 한 사람에게 자본의 25% 이상을 대출할 수 없어요.
은행법 제35조의2(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등)에 따르면 대주주는 대출을 받을 때 의사회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어쩌면 팜팜이는 아예 대주주의 지위에서 탈락할 수도 있어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대주주라는 존재가 어찌나 중요한지 아예 제5장에서 '대주주의 건전성 유지'라는 항목을 두어 대주주에 여러 제약을🚫 가해요.
동법 제32조(최대주주의 자격 심사 등)에서는 주주에도 '자격'을 부여하여 팜팜이처럼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은행의 지분을 사들이는 사람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어요.
금산분리와도 연관이 있을 거예요. 이는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산 규모가 10조 원 이상인 대기업은 은행의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대기업이 은행에 영향력을 미쳐서 본인에게 유리하게 대출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죠.
이런 소식을 들은 우리의 팜팜이는 투덜거리며 지분의 대부분을 내놓고 아예 손을 떼기로 합니다,, 팜팜이에게는 안 됐지만 이러한 제약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위해서 필수적이에요. 은행은 돈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결제를 돕고, 정부의 경제 정책이 퍼져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현대 경제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 경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투자 은행과 같은 금융 경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타락한 금융가들을 단죄해야 마땅했지만 그들을 전부 파산시킬 때, 대다수 서민들의 피해가 막강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구제금융을 했던 것도 같은 이유죠.
은행은, Too Big To Fail, 예나 지금이나 대마불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에요. 금융은 왜 이렇게 규제가 많아!! 싶다가도 이러한 본질을 알고 나면 여러분들도 조금은 고개를 끄덕거리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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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티비에서 봅시다